누린 자들의 '민낯'은 온통 볼썽사납다
[의정일기] 인사청문제도는 더 강화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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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안대희였구나.”
정홍원 국무총리의 ‘대독’ 정치에 매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다가 다음 국무총리 인사청문은 꼭 직접 뛰겠다고 했을 때부터 그는 후보자 1순위였다. 박근혜 정부의 인력풀은 정말 한계가 뚜렷하다.
무엇부터 시작할까? 먼저 관보부터 찾아 부장검사 시절부터 비교를 해 봐야겠고…. 그렇지 미얀마가 있었다. 그건 18대 국회 때부터 축적돼 온 자료가 있다.
어? 이상하다. 고검장을 마칠 무렵 재산이 왜 이렇게 적지? 대법원장, 대법관, 헌법재판관, 법무부장관, 검찰총장 등 법조 인사청문은 안 해 본 게 없다는 우리 의원실 보좌진들도 이런 경험은 처음이란다. 법조 고위인사들은 커 온 과정에 패턴이 있다. 집안이든, 누구든 든든한 조력자가 있다. 안대희 후보, 그게 더 수상하다.
안대희, ‘청렴’이 아킬레스건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전관예우’로 벌어들인 막대한 수임료가 곧바로 터져 나왔다. 그리고 시작된 후보자의 반전카드 내밀기, 사회환원과 읍소. 그런데 국민 감정이 더 나빠졌다.
안 후보자 검증의 초점은 역시 ‘청렴’이었다. 그는 그동안 국민을 상대로 ‘청렴’을 너무 팔아왔다. 의무경찰로 복무한 아들의 보직 특혜 의혹 보도가 나올 무렵, 우리 의원실의 조준선은 부모의 재산형성 과정을 겨냥하고 있었다.
모친은 줄곧 관보 고지거부를 해 오다가 대법관이 된 이후 고지거부를 해지했다. 부친은 88세 고령임에도 지금까지 금융권에 예치한 것이 하나도 없었다. 어떻게 그렇게 살아올 수 있지? 상식은 곧 의심이 된다.
이윽고 ▲부친의 주택 증여 ▲위장전입(주민등록법 위반) ▲미성년자 자녀 증여 ▲20차례에 걸친 부모의 '이상 전입' ▲안 후보자의 보유 재산액을 줄이기 위한 모친의 부산 해운대구 아파트 매매 등 각종 의혹들이 정리됐다. 이 모든 게 안 후보자가 오랫동안 잘 준비해 온 '위장 청렴'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5월 28일 오후, 안 후보자가 지명 일주일 만에 전격 사퇴했다. 다음날 한 신문사 2면 머릿기사로 잡혀 있던 배재정 의원실의 기사도 날아갔다. 허탈했다. 하지만 ‘국민 검사’의 민낯을 더 들여다보지 못한 아쉬움이 더 컸다.
언론계가 더 부끄러워 한 문창극 후보
안 후보자의 바통을 이을 사람은 누구일까. 언론에 각종 하마평이 오르내릴 즈음 정말 의외의 인물이 지명됐다. 중앙일보 주필 출신 문창극? 여의도 정가가 발칵 뒤집혔다. ‘윤창중에 이은 대형 참극이 벌어질 것’이라는 평가가 우세했다. 놀란 입을 다물지 못한 것은 오히려 언론계였다. 진보, 보수를 떠나 전 언론사가 벌떼처럼 검증에 뛰어들었다.
법조인들의 커온 과정에 패턴이 있듯이 언론인 출신들도 패턴이 있다. 각종 특혜에 익숙하다. 그래놓고 그 삶의 궤적을 잘 관리하지 못한다. 이명박 정부 시절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지명됐던 신재민 씨가 가장 가까운 사례이다.
문 후보자에 대한 검증 과정은 정말 독특했다. 국회 인사청문위원회가 구성되지 않았고, 더군다나 본인이 제출하게 돼 있는 인사청문 요청서도 국회에 당도하지 않았는데 기사가 쏟아졌다. 그 만큼 깊게 들어갈 필요가 없었다. 문 후보자는 삶의 궤적 곳곳, 경력을 추가할 때마다 특혜의 흔적을 남겨두었다. 문 후보자 검증을 한 단어로 압축한다면 ‘셀프’라는 농담이 나올 지경이었다.
우리 의원실이 한 신문사와 단독으로 내보낸 ‘군 복무 중 대학원 재학 특혜’도 그랬다. 프로필을 읽어 내려가다가 든 의문을 간단한 자료 요청만으로 쉽게 찾아낼 수 있었다. 대한민국 보수는 특혜의식이 체화돼 있다. ‘신상털기’를 할 필요도 없다.
‘달인’ 김명수 후보 · ‘뻔뻔’ 정성근 후보
우리 의원실은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 검증을 시작으로 무려 한 달 반을 인사청문에 매달렸다. ‘진이 빠진다’는 이럴 때 쓰는 말이라는 것을 절감했다. 그래도 성과가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언론에 이름이 나서? 천만의 말씀이다. 함량미달 고위공직자가 이끄는 대한민국호는 필연코 또 다른 세월호 참사를 만들어낼 것이 뻔하다.
지난 주 대한민국 국민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원하는 대로 인사청문 검증대 위에 올라온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와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를 지켜봤다.
김 후보자는 ‘논문베끼기·가로채기의 달인’ ‘주식투자의 달인’ ‘특강의 달인’이라는 점이 밝혀졌다. 정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검증 중단 후보가 됐다. 청문회가 끝난 뒤 금융감독원은 김 후보자의 주식거래 내역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고, 정 후보자는 또 다른 의혹이 추가로 드러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 새누리당은 현행 인사청문회가 큰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주장한다. 동의한다. 지금의 인사청문제도는 대통령과 행정부가 국민을 속이려 들면 얼마든지 은폐할 수 있는 맹점을 갖고 있다.
그런데도 후보자들은 왜 속속 낙마하는 것일까.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라. 당신들의 민낯이 얼마나 볼썽사나운지.
* 언론협동조합 <프레시안>은 정치의 '속살'을 더 노골적으로 들여다보기 위해 의원들이 직접 자신들의 의정 활동 뒷이야기에 대해 쓰는 <의정일기> 기획 연재를 시작합니다. 새정치민주연합 배재정 의원과 정의당 박원석 의원이 필자로 참여합니다. 두 의원은 <프레시안> 조합원이기도 합니다. 편집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