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 친하니 정부예산 잘 받아올 거라고?”
교과부, 이춘호 EBS 이사 추천 이유에 수능사업 투자 확대… “식물이사회 만든 장본인인데”
교육과학기술부가 최근 EBS 이사장을 연임한 이춘호씨에 대한 추천 사유 중 하나로 수능지원사업 재투자 확대, 수능연계교재 품질 제고, 이사진 운영공백 최소화 도모를 들었다. 정연주 전 KBS 사장 해임 참여, 미디어기업 KT 사회이사 겸직 논란 등 자격 시비로 ‘부적격 인사’라는 비판이 있던 이춘호 이사장에게 교과부의 옹색한 추천 사유가 확인되면서 논란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26일 배재정 민주통합당 의원이 지난 14일에 교과부에 요청해 받은 이춘호씨 추천사유, 추천절차, 약력카드, 결격사유 문건에 따르면 교과부는 추천사유로 △곽덕훈 사장 및 전임 이사진 다수의 교체가 예상돼 EBS 이사진 운영공백의 최소화 도모 △EBS 수능지원 관련 현안해결을 위해 일관된 교육계 의견 반영 필요(수능연계교재 품질 제고, 수능지원사업 재투자 확대 등) △이사장 경험 등 고려 등을 들었다.
특히 추천사유 중 ‘수능연계교재 품질 제고’, ‘수능지원사업 재투자 확대’는 이춘호 이사장이 정부로부터 수능 관련 예산을 잘 확보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배재정 의원은 “교과부는 차라리 이춘호 이사장이 김윤옥 여사와 절친한 사이이기 때문에 청와대의 입김으로 어쩔 수 없이 추천하게 됐다고 답변하는 것이 더 솔직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청와대가 이춘호 이사장을 낙점했다는 얘기다.
배재정 의원은 이춘호 이사장이 전임 재임 기간 식물이사회를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고 지적했다. 25일 의원실이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이춘호 이사장은 2009년 9월부터 올해 9월까지 전임 이사장 시절 △근현대사 강의 좌편향 논란 △도올 김용옥 선생 특강 방송중단 통보 논란 △EBS 홈페이지 해킹을 통한 개인정보 유출 등에 대해 제대로 논의한 적이 없다.
교과부가 의원실에 보낸 약력자료에 따르면, 이춘호 이사장은 6개 이상 단체에서 이사 및 고문 등을 맡고 있다. 문어발식 겸임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국여성유권자 연맹 회장(~2004년 3월), KBS 이사(2006년 9월~2009년 8월)을 제외하면 주요경력은 모두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쌓은 것이다.
이춘호 이사장은 8월 현재 사회복지공동모금회(2009년 3월~), 한국국방연구원(2010년 8월~)에서 이사직을 맡고 있다. 큰 틀에서 경쟁관계라고 할 수 있는 KT에서는 2009년부터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이 때문에 ‘겸직 논란’이 일었다. 2009년 11월부터는 DMZ미래연합 상임대표를 맡고 있는데, 이 단체는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의 ‘전위대’라는 외부 평가가 많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2011년 5월~)와 인성교육범국민실천연합(2012년 5월~)에서는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교과부는 ‘결격사유 확인서’에서 공사법에 따라 결격사유를 확인했고 해당사항이 없었다고 밝혔다. 이춘호 이사장이 대한민국 국적 소지자이며, 정당법에 의한 당원이 아니고, 국가공무원법 결격사유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교과부는 밝혔다.
그러나 이춘호 이사장이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의 지원조직 ‘희망포럼’의 대표를 맡아 여성표를 모아 당선에 일조한 바 있다. 이 때문에 2008년 여성부 장관 내정도 ‘논공행상에 따른 인사’라는 비판이 있었다. 이춘호 이사장은 2008년 KBS 이사 시절, 정연주 전 사장 해임에 참여해 ‘언론장악 공범’이라는 꼬리표가 달릴 만큼 정치적 편향성이 문제가 된 인물이다.
배재정 의원은 “EBS는 KBS, MBC와 마찬가지로 엄연히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공영방송사임이 틀림없다”면서 “조속히 관련법을 개정해 EBS 이사회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 의원은 지난 7월 EBS 이사와 사장의 자격조건과 결격사유 등을 강화하고 임원 후보 추천위원회 설치를 골자로 하는 한국교육방송공사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발의한 바 있다.
전체기사보기 :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51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