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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정 이야기/동행취재

배재정의 국회이야기 58 _ 필리버스터

배재정의 국회이야기 – 58 필리버스터

 

2016년 2월 23일은 우리나라 정치사에 길이 남을 것입니다. 드라마에서나 봤던, 다른 나라 사례로만 들었던 필리버스터.

처음 시작할 때 우리의 필리버스터가 이렇게 힘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던 의원들은 아마 없었을 겁니다.


선거법을 이번 회기 내에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필리버스터를 해도 테러방지법 처리를 막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결국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 ‘사람’입니다. ‘진심’입니다.


저희 당 청년비례 김광진 의원이 5시간을 넘기며 진심을 토로하자 국민의 마음이 움직였습니다. 제 마음도 움직였습니다.


제가 너무나 사랑하고 좋아하는 은수미 선배님이 그 작은 체구로 10시간을 넘겨가며 무제한토론을 하는 모습은 눈물 없이는 볼 수 없었습니다.

그 눈물은 저만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테러방지법. 테러를 방지하고 국민 안전을 지킨다는 데 반대하는 야당의원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러나 지금 청와대와 정부, 여당이 밀어부치고 있는 테러방지법이 정말 국민의 안전을 위한 것인지 저는 확신할 수 없습니다.

우선 테러방지법의 이름부터 바꿔야 합니다.


‘대국민 도감청 계좌조회 자유화법’으로 바꿔 불러야 한다고 제 밴드의 친구 한 분은 강조했습니다. 테러를 빙자한 ‘국정원 강화법’이라고도 하고 ‘국민감시법’이라고도 합니다.

 

제 페이스 북 친구 한분은 제게 이런 글을 보냈습니다.
“테러방지법이 통과될 것을 염려하여 페북 거의 삭제했다. 정치적인 것은 이제 무섭다. 이젠 페북 탈퇴할 지도 모르겠다.”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과 재산을 지켜야 합니다. 지금 정부는 ‘테러 방지’를 무기로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있습니다. 개성공단 전격 폐쇄로 국민의 재산마저 저버린 정부입니다.

 

테러방지법을 꼭 통과시켜야 한다면, 정부 여당은 국민을 설득해야 합니다. 야당을 이해시켜야 합니다. 혹시라도 잘못된 내용이나 독소조항이 있다면, 그 때문에 문제가 생길 소지가 있다면 과감히 잘라내어야 합니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의 방식은 언제나 ‘밀어부치기’입니다. 경제활성화법 한다며 우리나라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이 서명운동에 나서더니, 테러방지법도 우격다짐합니다.

 

‘국민을 위한다’고 하지만 어디에도 국민은 없습니다.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는 회복 불가능한 게 아닐까 할 정도로 짓밟혔습니다. 국민들 머릿속에 국회는, 정치는, 싸움만 하는 곳, 대통령 발목만 잡는 곳으로 비쳐지고 있습니다. 가슴아픈 일입니다.

 

제 상임위는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입니다. 테러방지법이 제 전공은 아닙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국민들께서 아시는만큼 저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이, 진심이 마음을 움직여 저는 지금 국회 본회의장에 와 있습니다.

저도 필리버스터 신청을 했습니다. 신청 명단을 보니 13번 째입니다. 3시간 하신다는 분, 5시간 하신다는 분, 8시간 하신다는 분 등이 줄을 이어 저는 언제 하게 될 지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하더라도 26일 오후는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러다 선거법 처리 때문에 무제한 토론을 못하게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노력하겠습니다.

국민들께 드리고 싶었던 말들을 꺼내보겠습니다.

그 기회가 주어지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입니다.

 

 

      2016. 02. 24. 배재정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