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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정 이야기/총선 그 후

[총선 그후2] 아이들이 안전한 세상을 위해

제가 참 좋아하는 분이 있습니다. 좀 까칠하게 보이지만 정말 속이 깊고 마음이 따뜻한 분. 사진 속 표정이 늘 딱딱하게 굳어있어 좀 웃으라고 하면 웃는 건 어렵다며 쑥스러운 미소를 띠는 분.

 

이 분과의 인연은 솔빛학교로 인해 만들어졌습니다. 발달장애 아들이 다니는 사상의 특수학교인 솔빛은 인근 공단의 악취 문제로 민원이 끊이지 않는 곳이었습니다.

 

우연히 페이스북으로 솔빛학교의 문제점을 알게 된 저희 의원실이 이 분, 한영명 씨를 만나게 됐습니다. 지속적인 문제 제기로 까다로운 민원인으로 불리던 분이었습니다. 하지만, 만나보니 아무도 문제 제기에 응답하지 않아 문제 제기를 그만 둘 수 없었을 뿐이었습니다.

 

저희 의원실은 악취 해결을 위해 구청과 교육청, 시청을 불러 간담회를 하고 교육부를 통해 문제 파악과 대책 마련을 촉구했습니다. 상임위와 예결위에서도 지적해 교육부로부터 공단에 있는 특수학교를 이전하겠다는 답변을 받아냈습니다. 아직 이전이 현실화할 때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겠지만, 저는 이 문제를 놓치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런데, 이 분, 한영명 씨가 어제인 7월 16일 가슴 아픈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습니다. 20여 년 간 청주의 한 농촌 축사 창고에서 지내며 가족과 생이별했던 장애인 사건 기사를 링크했습니다.

 

"저나 안해가 죽고나면

내 아들도 이리될까?"

 

이 글을 보고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쉽게 댓글도 달지 못했습니다. 어디 한영명 씨만의 걱정이겠습니까. 이리 험한 세상을 보며 장애인의 부모, 누가 안심하며 눈 감을 수 있겠습니까.

 

하루가 지나 저는 지금 서울행 비행기를 타려고 김해공항에 와 있습니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페이스북에 댓글을 달았습니다.

 

“이 글 읽고 많이 맘 아팠지만... 약속할게요 우리 아이들 안전한 세상 만들겠다고...”

 

저 정치인입니다. 지금은 비록 권력도 힘도 없는 미약한 정치인이지만.

 

저 다짐합니다. 아이들 걱정에 죽고 난 이후를 걱정해야 하는 부모님들 안 계시게, 대한민국 바꾸겠다고.

 

그런 정치하겠습니다. 한 번에 모두 일신할 수는 없을 겁니다. 세월호 이후, 달라진 대한민국 만들겠다고 다들 다짐했으나 아직은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바꾸겠습니다.

 

누구는 그리 말했습니다. 구의역 열아홉 청년의 죽음에 공감한다는 말, 다 위선이라고.

 

예. 그 부모의 마음, 100퍼센트 이해하지는 못할 겁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함께 아파하는 마음을 위선이라고 한다면 그리 말하는 사람의 참 마음은 무엇입니까. 100퍼센트가 아니더라도 그 공감을 바탕으로 더 나은 세상 만들어야, 우리 청년들이 비정규직들이 죽지 않는 세상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엊그제, 대한민국 총리는 이십여 년 만에 달걀을 맞았습니다. 생수병을 맞았습니다. 대통령은 자리를 비운 나라에서. 달걀 맞았다고 던진 사람 수사할 바에야 그 곳, 성주에 왜 갔습니까. 성난 민심 그 정도도 껴안지 못할 바에야 왜 안하던 걸음을 했습니까.

 

지난 이명박 정권에서부터 참 많이 들었던 말들이 있습니다. 언론이 이를 부추깁니다. ‘괴담 유포’라는 말입니다. 괴담. 멀쩡한 21세기에 왜 괴담이라는 말이 나올까요. 광우병에서도 그랬고 세월호에도 그랬습니다. 지금은 사드(THAAD)입니다.

 

무엇 하나 투명한 게 없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 괴담입니다. 정보도 없고 얘기해 주는 곳도 없고, 물어볼 곳도 없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 괴담입니다.

 

이번엔 TK 한 복판, 성주가 '종북'이랍니다. 대한민국, 이렇게 가면 너무 살기 힘듭니다. 먹고 살기도 힘든데 내가 사는 고장, 살던 대로 살겠다는 말도 하기 힘들어집니다.

 

그래서 저는 꿈꿉니다. 정의로운 세상, 투명한 정부, 존중받는 국민, 아이들과 약자가 안전한 대한민국.

 

그렇게 하겠습니다. 정권교체하고 더 살기 좋은 나라 만들겠습니다. 한영명 씨에게 약속한 세상, 더불어 함께 만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6. 07. 17. 배재정 올림

 

사진출처: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