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정의 국회이야기 47 – 힘겨웠던 한 해를 떠나보냅니다.
배재정의 국회이야기 47 – 힘겨웠던 한 해를 떠나보냅니다.
오늘은 12월 10일 입니다. 아직 올해가 21일 남아 있기는 하지만 한 해를 떠나보내려 이렇게 글을 씁니다.
어쩌면 2014년을 좀 빨리 벗어나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감히 말씀드리지만 올해는 마흔일곱 해를 살아 온 제 삶에서 가장 힘들었던 때였습니다.
하나 뿐인 아들이 많이 아팠습니다. 마음이…. 한 달 동안 입원도 했습니다. 그게 지난 2월이었습니다. 2년 전, 한 번에 대학에 들어가 주었던 대견한 아들이었습니다. ‘스무 살이니 이제는 성인’이라며 소홀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지난해 5월 말, 공군에 입대했다가 일주일 만에 귀가 조치됐습니다. 마음의 상처가 컸을 텐데 그때도 바쁘다는 핑계로 제대로 챙겨주지 못했습니다. 그 사이 아들은 혼자 끙끙 앓으며 병을 키우고 있었습니다.
아들은 결국 입원까지 했습니다. 입원하고 2주 동안은 면회도 되지 않았습니다. 툭하면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무엇보다 너무 미안했습니다. 어느 날 저녁, 집 근처를 걷는데 맞은편에서 꼭 아들 같은 모습의 학생이 걸어왔습니다. 순간, 제 아이가 아닌가 착각했습니다.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아들이 병원에 있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마음이 아픈데, 정작 아이를 잃은 부모의 심경은 어떨까. 제게는 작은 깨달음의 순간이었습니다. ‘아이가 옆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라는 말의 의미도 알게 됐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사고가 일어났습니다. 대학생이 됐다며 기뻐했을 아이들, 그 아이들을 대견해 했을 부모들을 생각하니 너무 가슴이 아팠습니다. 부산외대 분향소에 가서 울부짖는 부모들의 손을 잡고 차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 러. 고. 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습니다. 대한민국을 ‘그 이전’과 ‘이후’로 나누게 될 것이라는 세월호 참사.
모든 국민이 그랬겠지요. 견디기 힘든 시간들이었습니다. 더 견디기 힘든 건 국민에게 위로가 되지 못했던 야당의 모습이었습니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 과정에서 보인 소통부족과 무기력함은 제게도 많은 고통을 안겨주었습니다.
정말 어렵게 세월호 특별법이 제정됐습니다. 그리고 어제, 100일 동안의 정기국회가 끝났습니다. 그렇게 한 해가 갔습니다.
문득 대학교 1학년 때 국문과 김정자 교수님의 강의가 떠오릅니다. 교양수업이었습니다.
“삶은 기본적으로 고통의 연속이다. 가끔 기쁨의 순간이 있는데 그 순간들이 고통스러운 삶을 버티게 한다.”
개인적으로 저는 삶을 배움의 과정이라고 여깁니다. 모자란 것들을 채우고 익히는 과정. 그런데 고통 속에서 더 많은 걸 배우게 됩니다. 그래서 많이 배우라고 힘든 시간들이 우리에게 주어지는 것일까요.
올해를 시작하면서 마음 무거웠던 일도 생각납니다. 지방선거가 있는 해. 걱정도 되고 책임감도 컸던 출발이었습니다. 만족할 만한 성과는 거두지 못했지만 그래도 68명에 이르는 지방의원의 탄생, 진보 교육감의 당선은 결코 작지 않은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2014년을 보냅니다. 내년은 그 다음 해인 20대 총선을 앞두고 있는 시기입니다. 제 정치적인 도전은 계속될 것입니다. 2015년, 치열하면서도 섬세하게 준비하겠습니다.
2014. 12. 10 배재정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