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정 이야기/사상에서 만난 사람들

⑩ ‘제2의 전성기를 꿈꾸는’ 르네시떼 소응진 상인회장

JJ리포트 2015. 7. 23. 18:47

. . .

 

인생의 어느 지점엔 전성기가 있습니다. 연예인, 스포츠스타, 심지어 정치인도 전성기가 있습니다. 전성기는 지나가기 마련입니다. 유행에 뒤처지거나, 나이가 들거나, 판세 분석을 잘 못 한 경우 그렇습니다.

 

르네시떼도 마찬가지입니다. 르네시떼는 부산시 사상구에 위치해 있는 전통시장으로, 유통복합 도소매 쇼핑몰입니다. 부산의 동대문시장을 표방하며 지난 1999년부터 부산 패션유통의 중심가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러나 르네시떼는 오픈한지 17년이 지난 지금, 장기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성기가 지나간 것입니다.

 

그 곳에는 어떤 일이 있었고 지금은 무엇을 꿈꾸고 있는지 르네시떼를 찾았습니다. 그리고 제2의 전성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소응진 상인회장을 만났습니다.

 

 

 

 

르네시떼. ‘다시 새롭게 태어난다라는 의미의 <RENE>유통복합체를 의미하는 <CITE>의 합성어로, 패션을 리드하는 이미지를 불어로 표현한 것입니다.

 

19992월에 문을 열 당시에는 마치 서울의 명동거리처럼 사람으로 넘쳐나던 곳입니다. 지하 1층에 위치한 홈플러스는 개점 당일 87천만 원의 매출을 기록해 당시 국내 할인점 개점 첫날 기록을 갱신하기도 했습니다. 인근에 있는 감전 이마트는 부산의 첫 이마트로 당시 전국 매출 1, 2위를 기록할 정도로 번성했습니다.

 

그렇게 잘 나가던시절의 르네시떼의 모습은 지금 상상 할 수도 없습니다. 1층 상가는 서울에서 물건 가져와 진열대에 올리기도 전에 다 팔렸다고 합니다. 심지어 매장으로 옮기고 있는 중에도 판매가 되곤 했다고 합니다. 10시간 팔아야 할 물건을 1~2시간 안에 다 팔았다고 하니 그 당시의 분위기를 상상할 만합니다.

 

다른 상가에서 종업원으로 있다가 르네시떼에서 장사를 시작했는데 크게 성공한 사람이 있어요. 그 종업원은 나중에 점포 30~40개 운영하는 큰 손이 됐죠. 공장 기술자도 르네시떼에서 장사를 해 100억 원대의 부자가 됐다는 얘기도 들었어요.”

 

당시는 인터넷쇼핑이 그리 활성화되지 못했던 때였으니 이렇듯 무수한 무용담이 만들어질 수 있었습니다. 지금처럼 패션이 다양화돼 있지도 않아 파는 사람이 가져온 옷이 곧 패션이었습니다.

 

전성기는 길지 않았습니다. 3년이 흐르자 시장은 점차 침체됐습니다. 최초 시장을 설계했던 삼성물산이 매장 분양에 실패하면서 발길이 잘 닿지 않는 위치의 매장은 문을 닫기 일쑤였습니다. 르네시떼 안에 독버섯이 자라고 있었던 것입니다.

 

 

 

전문도매를 하는 르네시떼는 백화점이 점유하고 있는 고가시장과 인터넷에 집중돼 있는 저가 시장의 중간을 노려야 해요. 품질은 좋은데 가격은 저렴한 보세시장 말입니다. 합리적인 소비자라면 가격과 품질을 비교해 물건을 선택할 테니까요.”

 

소응진 회장은 르네시떼의 변화를 강조했습니다.

 

영역도 확장해야 해요. 르네시떼는 울산, 포항뿐만 아니라 전남 순천, 여수 등에서도 물건을 사러 오는 곳이죠. 최근에는 광주에서도 문의가 오고 있어요. 이런 변화가 찾아온 것은 서울 동대문시장과 남대문시장에서 물건을 사는 것과 르네시떼에서 사는 것이 가격과 품질 면에서 차이가 없기 때문이죠.”

 

소응진 회장을 만난 날에도 그는 경남 진주의 시장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르네시떼는 바로 옆에 부산 서부터미널이 위치해 있어 교통이 편리합니다. 이곳에서는 영호남으로 출발하는 버스도 많아 고객 유치에 큰 장점이 됩니다.

 

요즘에는 각 층별 특성화를 이뤄 시장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습니다. 특히 3층 아동복 매장은 엄마들은 안다는 준브랜드 상품을 취급하면서 활기를 되찾아가고 있습니다.

 

인테리어 소품 판매도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서울에서 물건을 가져와 팔았습니다. 그러나 마진이 붙으면서 가격 경쟁력이 떨어졌습니다. 그래서 상인들은 직접 중국을 찾아갔습니다. 그런 덕에 마진이 줄면서 가격 경쟁력이 높아져 판매도 늘기 시작했습니다.

 

르네시떼는 지난 2010전통시장으로 등록했습니다. 전통시장 현대화 사업으로 지원을 받을 수 있고, 또 온누리상품권도 사용할 수 있는 곳이 됐습니다.

 

르네시떼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먼저 상인들이 변해야 해요. 스마트시대에 맞춰 블로그, 카카오스토리,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모든 것을 홍보 수단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그래서 요즘은 사회관계망 활용법을 교육하고 있어요.”

 

상인대학을 통해 상인들의 의식도 바꿔가고 있습니다. 현재 3기가 교육을 받고 있고, 심화과정도 이어가고 있습니다. 교육과정은 중소기업청에서 진행하는 교육으로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상인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신청하고 노력해 상인대학을 운영하고 있는 것입니다.

 

 

김해까지 이어지는 경전철, 부산을 가로지르는 2호선 사상역, 영호남을 이어주는 부산 서부터미널이 바로 앞에 위치한 르네시떼. 좋은 교통입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불어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 상인들의 적극적인 개선 의지가 융화되고 있습니다.

 

소응진 회장은 이날 인터뷰를 마치고 시장조사를 위해 경남 진주로 바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2의 전성기를 찾기 위한 발걸음입니다.

 

부산의 동대문시장르네시떼. 2의 전성기를 찾는 그 날 서부산권이 대한민국의 중심으로 우뚝 서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