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정의 국회이야기 25 - “엄마, 왜 이렇게 늙었어요?”
배재정의 국회이야기 25 - “엄마, 왜 이렇게 늙었어요?”
며칠 전, 오랜만에 만난(?^^) 아들이 제 얼굴을 들여다보더니 한마디 하더군요. “엄마, 왜 이렇게 늙었어요?”
헉...;;
국회에 들어온 지 1년 쯤 지나자, 저희 방 식구들이 “1년새 많이 삭으셨다”며 농담하듯 던졌습니다. 이젠 아들까지... 하긴 제가 1년 전 사진을 봐도, 그땐 좀 뭐랄까, 꽤나 풋풋함이 있었는데 말이죠...(믿거나 말거나입니다^^)
그사이 이러저러한 일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민주당은 서울시청 앞 광장에 천막당사를 차렸구요. ‘원내외 병행투쟁’이라는 초유의 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긴 장마에 갑작스러운 소나기, 무엇보다도 땡볕... 누군가에게 들은 농담이 생각납니다. 요즘 대한민국 4계절은 ‘여름, 아주 더운 여~~~름, 겨울, 아주 추운 겨~~~울’ 이렇다는... 한번도 이런 날씨를 겪어본 적이 없습니다. 날씨 좋은 부산에서 살다오니 더 합니다.
그러나, 날씨를 우리가 어떻게 할 수는 없지요. 당직자들이 정말 고생합니다. 의원들도 조를 짜서 나름 열심히 참여하고 있습니다. 천막당사 프레스룸을 지키는 기자들도 어려움이 큽니다. 그래도 후끈한 열기의 천막당사를 지키는 것이 국회의사당에 있는 것보단 마음이 더 편안합니다. 국정원 개혁, 국기문란 바로잡기를 외치는 시민들과, 국민들과 함께 하기 때문입니다.
어제는 전순옥 의원님 병문안을 다녀왔습니다. 며칠 전, 시청 인근에서 국정원 개혁 홍보물을 나눠주다가 어버이연합 회원들한테 테러를 당하셨지요. 머리를 세게 땅에 부딪혀 뇌진탕 증세로 힘들어하고 계십니다. 연세를 잘 몰랐는데, 올해 환갑이시더군요.
그런데, 정작 만나 뵙고 보니, 몸도 몸이지만 마음을 많이 다치셨습니다. 어버이연합 회원들이 거의 성폭력에 가까운 험한 말과 행동을 그 자리에서 했던 것이었습니다. 충격을 크게 받으셨습니다. 저도 얘길 전해 듣고 소름이 쫘악 끼쳤습니다. 정신과 선생님과 면담하시는 걸 보고 병원을 나왔습니다. 이런 일들이... 끔찍합니다. 당에서 취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할 것입니다.
어제 8월 16일에는 이른바 ‘원-판’에 대한 청문회가 있었습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이들은 증인선서마저 거부했습니다. 뻔뻔한 대답에 국민들과 함께 분노했습니다. 증인선서를 거부했을 때 정회를 하고, 별도로 논의를 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회 상임위도 그렇고 인사청문회도 그렇고, 이제는 국정조사까지, 창보다 방패가 훨씬 정교해졌다는 생각을 합니다. 국회를 대하는 이들은 어떻게 하면 빠져나갈 수 있는지, 확실히 학습한 것 같습니다. 때로는 모르쇠로, 때로는 강짜로, 때로는 읍소로, 때로는 반성하는 듯한 모습으로... 아무리 잘못을 지적하고 몰아쳐도 달라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 때, 사실은 무력해집니다. 변명 같습니다만, 야당이 정보전쟁에서 확실히 밀리는구나 하는 안타까움도 많습니다.
그래서 철학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올바른 방향을 바라보고 뚜벅뚜벅 가기.
그래서 천착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끝까지 파헤쳐 잘못을 바로잡기.
오늘, 민주주의 회복 및 국정원 개혁 촉구 3차 국민보고대회가 서울시청 광장에서 5시30분부터 열립니다. 1차 보고대회에선 여성의원들이, 2차 남녀 혼성 의원단이 합창을 했습니다. 3차에선 트럼펫 연주와 아카펠라 초청공연이 예정돼 있습니다.
황우석 교수가 ‘월화수목,금금금’이라고 해서 화제가 되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저 또한 언제 쉬어보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내일 오후엔 시청 광장 천막 당번이구요.
지금 이런 과정, 힘겨움, 한계에 부딪히기를 통해 배우게 되는 무엇인가가 있을 겁니다. 그걸 보고 가겠습니다.
2013. 08. 17. 배재정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