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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장학회 전 이사장 박근혜 의원에게 묻습니다

JJ리포트 2012. 7. 1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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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장학회 전 이사장 박근혜 의원에게 묻습니다

- 정수재단 창립 50주년에 즈음하여 드리는 공개질의서

 

 

 

 

   박근혜 의원은 19대 총선까지 새누리당의 구원투수였다. 이제 그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통령이 되고자 한다. 그의 정치적 자산 그 밑바탕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 거기에 평소 그가 늘 강조하는 신뢰와 원칙, 일관성을 지키는 정치인이라는 이미지가 더해졌다.
 
  그러나 그는 박 전 대통령의 공과에 대해 “산업화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피해를 입은 분들에게 죄송한 마음을 가져왔다”고 에둘러 짤막하게 말한 것밖에 없다. 정수장학회 문제와 관련해서도 관계없다는 말로 회피하기에 급급하다.

  오는 14일은 박정희 정권이 김지태씨가 갖고 있던 MBC와 부산일보 주식을 빼앗아 정수장학회(옛 5.16장학회)를 설립한지 50년이 되는 날이다. 오늘 박근혜 의원은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다.
 
  국민의 선택을 받고자 하는 박근혜 의원은 다음 세 가지 질문에 명쾌하게 답해야 한다. 만일 끝까지 답을 회피하거나 시간끌기로 일관한다면 그의 원칙은 국민에게 보여주기 위한 제스처에 불과했다는 것을 스스로 밝히는 것이 될 것이다.

 

 

 


 
 1. 정수장학회 강제헌납 판결 어떻게 생각하나?

 

   2005년 7월 22일 ‘국정원 과거사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는 김지태씨의 부산일보와 MBC, 부산MBC 주식을 비롯해 부일장학회의 장학 사업을 위해 소유하고 있던 부산시내 땅 10만 여 평을 강제헌납 받았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국정원 진실위는 “장학회의 이름에서도 특정한 집단이나 개인을 내세웠으며, 그 동안 이사진도 대체로 박 전 대통령에 의해 선임되었고 그의 사후에도 유족을 중심으로 운영되어 왔으므로 이러한 문제점을 시정하는 한편 관련자들의 피해를 구제하고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사유 재산처럼 운영되었던 정수장학회를 ‘재산의 사회환원’이라는 김지태씨의 유지를 되살릴 수 있도록 쇄신하여야 하며, 이를 위해 사회적 공론화의 장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이어 2007년 5월 29일 ‘진실 ·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도 강제헌납이라는 같은 결론에 이르렀으며, “국가는 피해자에 대한 수사권이 없는 중앙정보부의 수사에 대해, 공권력의 강요로 인해 발생한 부일장학회의 재산권 및 김지태의 재산권 등 침해에 대하여 사과하고, 명예회복 및 화해를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과거사위는 국가에 대해 헌납 토지를 부일장학회에 반환하고, 반환이 어려운 경우 그 손해를 배상할 것과, 부일장학회가 이미 해체된 만큼 공익목적 재단법인을 설립해 출연하라고 권고했다. 또 강제헌납 한 언론사 주식은 정수장학회로부터 국가에게 원상회복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국가는 김지태씨의 유족에게 그 손해를 배상하라고 밝혔다. 특히 과거사위는 국가에 대해 정수장학회가 특정 집단이나 개인에 의해 운영되고, 보유 언론사 주식을 재단의 경비조달 수단으로 활용해 온 상황을 법령에 따라 시정하는 조치를 취하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박 의원은 이 두 차례의 조사결과에 대해 ‘정치공세’라며 폄하하고 무시했다. 노무현 대통령과 김지태씨의 개인적 인연 때문에 무리한 조사를 했고, 결과도 추정에 근거해 무리하게 권고사항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백보 양보해 박 위원장의 주장을 수용해보겠다. 그러면 지난 2월 24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의 판결은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서울중앙지법 민사 17부(재판장 염원섭)는 김지태씨의 유족들이 부산일보와 MBC 등 강탈당한 언론사 주식을 돌려달라며 국가와 정수장학회를 상대로 낸 주식반환청구 소송에서 강압으로 주식을 증여한 사실은 인정되나 반환청구 시효가 지나 돌려받을 수는 없다고 판결했다. 반환청구 기각 이유에 대해 재판부는 “김지태씨의 경우 의사결정 여지를 완전히 박탈당했다면 시효가 없겠으나 그렇게 보기는 어려워 증여일로부터 10년 내 반환청구를 제기했어야 하지만 50년 가까이 지나 시효가 소멸되었다”고 밝혔다.

 

  중요한 것은 법원이 강제헌납을 인정했다는 것이다. 김씨의 부인 송혜영씨와 회사 임직원 10명이 구속되고, 권총을 찬 중앙정보부 부산지부장한테서 “살고 싶으면 재산을 국가에 헌납하라”는 요구를 받았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법조계에서는 찬탈의 주체인 박정희 정권이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반환소송을 제기한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불가능했다는 점과 국가의 공권력 남용에 대해서도 민간인들 사이의 민사적 계약관계에 적용하는 협소한 시효적용을 그대로 적용한 것은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 국가권력에 의해 자행된 인권 침해에 대해서는 소송 가능 시효를 넓게 적용한 대법원 판례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2011년 9월 대법원은 문경양민학살사건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상고심에서 "진실을 은폐하고 진상 규명 노력조차 게을리 한 국가가 시효 완성을 이유로 채무 이행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손해배상 청구권 시효는 과거사정리위가 진실 규명 결정을 한 2007년 6월부터 시작된다고 봤다. 앞선 6월에도 대법원은 울산보도연맹 학살사건 유족 485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소멸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따라서 김지태씨 유족의 소송은 앞으로 상급심에서 이번 판결이 뒤집어질 가능성이 높다.

 

  박 의원이 지금까지 이 문제에 대해 ‘정치공세’로 폄하한다면 법원의 강제헌납 판결조차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자신과 무관한 일에 대해서는 원칙과 일관성을 말하다가 자신이 직접 연관된 일에는 법원 판결조차 인정하지 않는 ‘고무줄 원칙’을 언제까지 고수할 것인가? 정수재단과 자신은 법적으로 무관하다고 항변하지만, 10년동안 재단 이사장을 지내고 아직도 자신의 최측근 인사를 대신 앉혀놓고 소유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정수장학회다. 자신의 아버지에 의해 강탈한 재산으로 이 재단이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후속조치를 이행하지 않는 한 스스로에게 떳떳하지 못한 것은 물론, 국민들의 마음을 얻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2. 정수장학회 최필립 이사장은 누가 앉혔나?

 

  박 의원과 정수장학회는 현재 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최필립씨가 재단 이사회에서 어느 이사의 추천으로 재단에 들어왔다고 해명하고 있다. 최필립씨는 이미 알려진 대로 1970년대 청와대에서 의전비서관을 지내며 20대의 박근혜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던 인물이다. 2002년 박 의원이 한나라당을 탈당해 미래연합을 창당할 때 발기인으로 참여하기도 했고, 수시로 정치적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다.

 

  이런 객관적인 관계뿐만이 아니다. 지난 2005년 3월 24일 재단 이사장으로 선임된 직후인 3월 28일 부산일보 노조 위원장과 사무국장을 만난 자리에서, 최필립 이사장은 “박 대표가 최근 미국 방문에 앞서 잠시 조언을 달라고 해서 만났는데, 박 대표가 그 자리에서 장학회를 좀 맡아달라고 부탁했다”고 밝혔다. 노조 위원장은 이 발언을 분명히 면담록에 기록했다. 최 이사장은 4개월 뒤인 7월, 부산일보 노동조합 사무실을 방문해 기자협회장과 조합원 대표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박 대표의 부탁을 받았다’고 발언했다. 최 이사장은 박근혜 의원과 함께 이사진을 구성했던 2명의 이사를 자신의 외교부 출신 후배들로 교체했고, 박 의원이 이사장 시절 함께 이사회를 구성한 이사 2명은 그대로 남아있다.

 

  정수장학회와 같은 장학법인이 서울교육청 관내에 1112개에 이르고, 담당 공무원이 6명에 불과하다. 이사장과 이사진이 모든 결정을 하는 공익법인의 특성상, 정수장학회가 범죄에 준하는 범법행위를 저지르지 않는 한 국가의 감독과 법망을 교묘히 피해가며 얼마든지 내용상 사유화될 수 있는 구조다. 따라서 박 의원이 지금이라도 이 문제를 말끔히 해결하고 싶다면 자신과 직간접적으로 관계가 있는 현재의 재단 이사진 5명 모두를 물러나게 하는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아울러 지난 2월 시민사회와 언론노조 등은 정수장학회에 대한 특별감사를 신청했다. 서울 교육청이 이번 달부터 실태 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많은 의혹을 품고 있는 정수장학회에 대한 철저하고 엄정한 조사를 요구하는 바이다.

 

  ‘재단과 무관한데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다’는 것은 형식논리에 불과하다. 최필립 이사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밝혔듯 재단 이사진들은 박 전 대통령을 사실상 재단 설립자로 보고 있고, 그 장녀인 박 의원이 치를 대통령 선거 때까지 자리를 굳건히 지키겠다는 사람들이다. 그들을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박 의원 뿐이라는 것은 상식 있는 국민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얘기다.

 

  법적인 관계를 떠나 정치적, 도덕적 관계와 책임은 피할 수 없다. 일국의 대통령이 되어보고자 하는 사람이 가장 낮은 수위의 법적 무관성만을 방패삼아 정치적 도덕적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면 국민의 신뢰를 받기는 힘들다. 평소 원칙과 신뢰를 강조해온 박 의원이 그렇게 처신한다면 더더욱 국민의 실망감은 클 것이다. 정수장학회는 2010년말 기준으로 예금 215억원과 MBC주식 30%, 부산일보 주식 100%, 경향신문 사옥 땅 723평을 보유하고 있다. 주식과 부동산은 모두 장부가액으로 23억여 원에 불과하지만 추정시가는 수조원에 이른다.
 

 


3. 박 전대통령 당시 국가권력을 동원해 이뤄진 수많은 민간의 인권과 재산권 침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박 전 대통령이 쿠데타를 통해 정권을 잡고 18년동안 대통령으로 재임하는 동안 부일장학회 강탈, 경향신문 강제매각 외에 대구대와 청구대 강제통폐합과 영남대 설립, 인혁당 사건, 동백림 사건 등 수많은 인권침해 사건이 있었다. 박근혜 의원은 아버지인 박 전 대통령이 한 일이라는 점 때문에 침묵으로 일관하다 지난 3월 13일 부산의 한 방송사 토론프로그램에 나와 박 전 대통령의 공과 평가를 묻는 패널의 질문에 “산업화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피해를 입은 분들에게 항상 죄송한 마음을 가져왔다. 그 분들께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의 독재를 ‘산업화’로 포장한 것도 문제지만, ‘본의 아니게’라는 표현도 피해자들의 가슴에 또 한 번 상처를 줬다. 그나마 이 정도 사과표현도 처음이라 많은 언론이 이 발언을 보도 했었다. 박 의원은 정수장학회 문제에 대해 자신이 재단 이사장직에서 물러났기 때문에 상관할 바가 아니라고 회피하고 있다. 
 
  그렇다면 아예 본인과 상관없는 일이라 치고, 정치인으로서의 객관적인 입장은 반드시 밝혀야 한다. 정수장학회 뿐만 아니라 수많은 인권과 재산권 침해 사건이 있고, 그 피해자들은 아직도 국가의 외면과 시효초과라는 법적 장벽 앞에서 눈물 흘리고 있다.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유력 정치인으로서 이런 사건들에 대한 박근혜 의원의 입장은 무엇인가?

 

  위 세가지 질문에 대한 박근혜 의원의 대답이 국민들의 선택 기준이며, 검증의 일부분이다. 정치인이기에 앞서 상식적인 한 인간의 기준으로 양심에 거리낄 것 없는 대답을 성실하게 해야 할 것이다. 박근혜 의원의 성의 있는 답변과 조치를 촉구한다.

 

 


2012년 7월10일


독재유산 정수재단 환수와 독립정론 부산일보 쟁취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